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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멜로/드라마

헨리 풀 이즈 히어 (Henry Poole Is Here, 2008) -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작은 기적들...



헨리 풀 이즈 히어 (Henry Poole Is Here, 2008)


드라마 / 미국 /  98분
감독   마크 펠링톤
출연   루크 윌슨, 라다 미첼...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은 주인공의 집 담벼락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자국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과 믿음에 관한 드라마.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치병때문에 어릴적 살던 동네로 이사를 온 주인공 헨리 풀역은 오웬 윌슨의 형제이자 <금발이 너무해><베이컨시><이디오 크러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루크 윌슨이 연기하고 있으며, 그의 옆집 이웃이자 사랑을 키워가게되는 몬역에는 <네버랜드를 찾아서><모짜르트와 고래><사일런트 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며 최근에는 <황시>의 여주인공역을 맡았던 라다 미첼이 호흡을 마치고 있다. 연출은 그동안 <모스맨><함정>같은 스릴러물과 TV드라마 <콜드케이스>등을 연출했던 마크 펠링톤 감독이 담당하고 있다.

줄거리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뜬금없이 찾아온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헨리 풀.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렸을적 자랐던 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삶을 정리하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버렸기에 근처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이사하게된다. 자신이 이사오기전에 살던 전주인의 애인이자 바로 옆집에 사는 에스페란자 부인, 1년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하는 어린 소녀 밀리와 그녀의 엄마 돈, 시력이 굉장히 나뻐 돋보기를 끼고 살아야하는 슈퍼마켓의 페이션트... 겉으로 보기엔 모두 평범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과 계속해서 엮이게 되는 헨리 풀. 어느날 에스페란자 부인의 호들갑에 놀란 풀은 그녀에게 이끌려 자신의 담벼락에 생긴 얼룩을 보게되는데, 부인은 그 모양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며 신의 계시라고 믿기 시작한다.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은 하나 둘씩 헨리 풀의 집에 찾아오게 되고 정말 기적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는 몰라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절대 포스터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포스터의 느낌은 마치 그저그런 3류 코미디영화나 로멘스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낳을법하지만, 실제로 영화는 그런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수 있다. 결코 무겁지는 않지만 단순히 웃고 즐기거나 가볍게 보고 지나치는 생각없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중간 중간 좋은 조연 배우들의 재미있는 연기와 상황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믿음과 기적에 대한 제법 진지한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여기서 믿음이란 물론 종교와 연관지을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종교영화 또는 기독교영화라고 분류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신앙심이나 신에대한 굳건한 믿음에 대해서 얘기하려는게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반드시 이루질거라고 믿는다면 평범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믿을수 없는 작은 기적들이 일어날수 있다는걸 감독은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굳이 영화속의 종교를 따진다면 기독교가 아니라 천주교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것이다.

어쨋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만족스럽고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좋은 영화라는건 틀림없는거 같다. 먼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중에 하나는 영화와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 OST가 아닐까 싶다. 대사를 듣지 않아도 그저 흘러나오는 음악만 듣고 있어도 인물들이 느끼는 좌절,혼란,희망,행복등을 100% 관객이 이해할수 있을정도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고 할수 있다.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들이 흘러 나오는것이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문인것이다. 아마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진 못해도 OST에는 높은 점수를 주는 관객이 있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목 'Henry Poole Is Here' 의 뜻은, 우리가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곳을 갔을때 '누구누구 몇년도 몇월에 왔다가다...'라고 글귀를 남기는것처럼 '헨리 풀 이곳에 있다가다 (Henry Poole Was Here)를 현재형으로 바꾼것이다. 즉 '있다 갔다'가 아니라 '계속 이곳에 있는다'라는 뭐 그런 뜻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알겠지만 정말 제목하나만큼은 잘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거고 오랫동안 그의미를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오락성이 풍부하거나 비쥬얼적인 볼거리가 있는 그런 헐리웃영화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작은 기적들을 보면서 웬지 모를 따뜻함과 희망같은걸 느끼게 되는 아주 기분좋은 영화라고 하고싶다. 단순히 포스터나 스틸컷만 보고선 따분하고 지루한 영화가 아닐가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오랜만에 기대치 않았던 곳에서 좋은 영화 한편보는 작은 기적을 만나게 될것이다.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