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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애니메이션

벡실 (VEXILLE, 2007) - 진흙속에 가려진 숨은 진주같은 9점짜리 일본 에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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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실 (VEXILLE, 2007)


에니메이션.SF.전쟁 / 일본 / 109분 / 개봉 2007.11.08
감독   소리 후미히코
성우   구로키 메이사 (벡실),  다니하라 쇼스케
(레온)...


2077년을 배경으로 인간을 기계화하려는 일본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 특수부대원들의 SF/전쟁물.  개봉 당시 크게 흥행에 성공하며 전 세계의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애플시드> 제작진이 선보이는 두 번째 SFX CG 애니메이션으로서,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을 떠나서 신선하고 탄탄한 소재와 시나리오가 상당히 뛰어난 수작이다. 국내 개봉에서는 그다지 빛을 보진 못했지만 감상했던 관객들에게 만큼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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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2067년 최첨단 하이 테크놀로지 경지까지 올라선 군사 대국 일본은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기 위해 유엔연합을 탈퇴, 급기야 쇄국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내걸게 된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77년… 일본에 들어간 외국인은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첨단 기술에 대한 규제에 반발하여 완전 쇄국을 단행한 일본이 10년 만에 비밀 회의를 소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SWORD)는 일본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비밀리에 벡실을 비롯한 특수 요원들의 잠입작전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거미줄처럼 철저한 일본의 봉쇄망에 걸려든 스워드 요원들. 치열한 총격전 끝에 레온 소령이 생포되고 나머지 특수요원 모두가 사살되고 만다.

한편, 유일하게 살아남은 벡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마리아의 도움으로 그녀의 집에 숨게 된다. 무사히 적의 손길에서 벗어난 벡실은 이내 곧 마리아가 일본의 음모 배후 세력인 다이와 회사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레지스탕스 조직의 리더임을 알게 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음모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에 벡실은 생포된 연인 레온을 구출하고 마리아와 함께 다이와와의 최후 결전을 감행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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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펙타클한 엑션장면을 보여준 재그(JAG)의 모습


필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같은 에니메이션을 제외하곤 SF장르의 일본 에니메이션에는 문외한이며 그 유명하다던 <에반게리온>이나 <공각기동대>조차도 본적이 없다. 그나마 최근에 개봉했던 에반게리온의 극장판 <에반게리온 - 서>를 감상해봤으나, 이렇다할 감흠이나 재미는 전혀 느끼질 못했다. 그만큼 이런 장르의 일본 에니에 관심이 없거니와 처음 얼핏봤던 이 작품의 엉성하고 허접한 제목과 포스터 역시 왠지모를 불안감(?)을 유발했기에 뒤늦게 감상을 하게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1시간 40분의 런닝타임이 끝났을 무렵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수 있었다. 물론 동일 장르의 일본 에니에 관한 매니아분들이라면 이정도의 작품은 쉽게 찾을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정말 뭘 몰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이 작품이 뛰어난 수작인지는 확실히 단정지을수는 없겠으나 결코 졸작이나 범작이 아닌것만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애니메션등을 평가할때 배우들의 연기나, 비쥬얼적인 볼거리등 보다는 얼마나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시나리오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벡실> 또한 이러한 기준에서 볼때 필자를 200% 만족시킨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언뜻보면 기본적인 모티브는 기존의 좀비영화나 최근의 <인베이젼>에서 가지고 온 느낌도 난다. 주사 한방으로 인간을 기계로 진화 시킨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도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일본인은 모두 전멸했다라는 놀라운 상황 설정을 만든건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바로 일본인들 자신이라는점 또한 충격이라면 충격이겠다. 그리고 기계만을 감지하고 사막 땅속에 사는 존재 재그(jag)는 마치 영화 <불가사리>에 나오는 괴물을 연상케 한다. 물론 영화에서보다 훨씬 크고 빠른 속도의 무서운 존재일뿐 아니라 철조각들이 뭉쳐서 이루어진 모습은 상당히 사실감있게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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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느 하나 흠잡을데 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래도 굳이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기술적으로 발전된 최신식 그래픽이라고 하나 개인적으로 인물을 그리고 묘사하는 방식이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다. 영화속 배경이나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분명 상당히 발전된 기술력이 느껴지지만, 인물의 얼굴이나 머리카락등의 섬세한 부분은 오히려 이전 방식이 더 나은게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동안 줄곧 독창적이고 신선한 발상으로 이끌어 오던 영화가 마지막 엔딩 5분 동안은 다소 뻔한 방식으로 결말을 이끌어내고 있는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나 생각일수도 있고 작품의 평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부분들이기 때문에 그냥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성(존엄성)의 상실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으키는 감독의 메시지는 충분히 그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쉽게 이해할수 있을만큼 영화속에 잘 배어있다. 게다가 일본이 아니면 생각해내기 어려운 신선하고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들은 다른 에니메이션들과는 확연한 차별성이 느껴진다. 행여나 필자처럼 허접한 포스터나 제목때문에 편견을 갖고 이 작품을 그냥 지나친 사람들이 있다면 주저말고 선택해서 감상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코믹을 빼놓곤 SF 에니메이션이 줄수 있는 그 모든것을 주고있는 수작이니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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