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Lars And The Real Girl, 2007)
코미디.드라마 / 미국 / 106분 / 개봉 2008.03.20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에밀리 모티어, 켈리 가너...
자기 안에만 머무르던 상처 입은 한 남자가 리얼 돌(real doll)을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믿는 증세를 보이지만,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치유받는 따뜻한 성장기다. 포스터나 국내 영화사의 홍보를 보면 마치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로멘틱 코미디처럼 표현되고 있으나, 실제 영화의 줄거리나 느낌은 그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줄거리-
촌스러운 차림새에 답답해 보이는 콧수염, 27세 라스(라이언 고슬링)는 소심한 남자다. 그에겐 모든 인간관계가 부담스럽고 어색하다. 바로 옆에 사는 형과 형수의 식사 초대마저 회피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여자친구를 데려온다. 그가 형과 형수에게 소개한 여자친구 비앙카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실리콘 인형, 즉 ‘섹스 토이’로 사용되는 ‘리얼 돌(real doll)’이었다. 형과 형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동네 의사의 조언에 비앙카를 사람처럼 대하고, 마을 사람들도 비앙카를 새로운 이웃으로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러면서 점점 비앙카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형 이상의 의미를 갖게되는데...
주인공의 형수역으로 나오는 에밀리 모티어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영국 여배우이기도 하다. 한국 관객들에겐 그다지 인지도가 높거나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과 사랑스러움은 한번 보게되면 누구나 좋아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포스터만 보고 줄거리나 느낌을 예상해서는 안된다. 마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의 로멘틱 코미디처럼 홍보를 하고 있으나, 사실 영화의 실제 느낌은 그런류의 영화들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두 작품처럼 흥행에 성공할만큼 메이저급(?)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저예산 영화에 더 가깝다고 하는게 옳지 않나 싶다.
이 영화는 결코 흥행할만한 작품은 아니다. 특히나 한국의 영화팬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그 어떤 공통분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독특하고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문제일수도 있겠으나 리얼 돌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더불어 현실에서도 과연 주인공에 대해 저런식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사람들이 있을까라고 느껴질만큼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기때문이다.
‘리얼 돌’이 나온다고 해서 섹스 코미디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라스는 비앙카와 같은 방에서 지내기는 곤란하다며 비앙카를 형의 집에 재울 정도다. 잔잔한 웃음과 공감이 있을 뿐, 폭소는 나오지 않는다. 비앙카를 조심스럽게 안아 식탁 앞에 앉히고 휠체어에 태워 교회로 데려가며 지극 정성을 쏟는 라스의 행동은 웃음보다는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과연 이 영화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어떤식으로 풀어갈거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라는 호기심이 생기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신기(?)했던 점은 이런 주인광과 리얼 돌에 대한 마을 주민들이 반응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인공을 '비정상'으로 판단하고 그를 꺼려하며 거리를 두려고 할것이다. 하지만 영화속의 마을주민들은 라스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선 지나치게 낙천적이라고 느껴질만큼 라스와 리얼 돌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겐 우스워 보이는 리얼 돌 이지만, 그런 인형을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믿는 라스를 배려하는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에 나오기가 두려웠던 라스는 리얼 돌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영화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반려동물에게 온 정성을 쏟는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에겐 우스워 보여도 라스는 비앙카를 진심으로 대한다. ‘리얼 돌’이지만, 원제처럼 그에겐 ‘리얼 걸’이다. 사실 잔소리 없이 얘기를 들어주고 절대 한눈팔지 않으며 원하는 대로 데리고 다닐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상대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라스는 의사에게 비앙카에 대해 얘기하며 자신의 얘기를 하고, 비앙카를 데리고 다니며 조금씩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라스의 비밀과 마음속의 상처가 하나 둘 드러나며 그는 성장한다. 그를 치료하는 의사도, 또 라스를 좋아하는 직장 동료도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라스를 도우면서 그들도 성장한다.
큰 웃음을 주거나 볼거리가 많은 오락성이 짙은 영화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설정과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억지스럽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인상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10점 만점에 7.5점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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