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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릴러/미스터리

눈먼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 - 이 영화가 왜 불쾌하단말인가?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인걸...



눈먼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


스릴러.미스테리.드라마.멜로 / 미국.일본.캐나다 / 120분 / 개봉 2008.11.20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출연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대니 글로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대형 스크린으로 옮겨온 스릴 드라마로, 61회 칸느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2500만불의 제작비가 투자된 이 영화의 출연진으로는 <파 프롬 헤븐><칠드런 오브 맨><포가튼><디아워스>등의 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와 <조디악><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마크 러팔로, <모터서클 다이어리><수면의 과학>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리셀웨폰>시리즈와 <프레데터>로 잘알려진 대니 글로버등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연출은 <시티 오브 갓>, <콘스탄트 가드너>를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브라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담당했다. 미국 개봉에선 첫 주 1,690개 개봉관으로부터 개봉 주말 3일동안 195만불의 저조한 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12위에 랭크되었다.

줄거리
어떤 시대, 어떤 장소. 전염률 100%인 정체불명의 ‘실명(blindness)’ 바이러스가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하나둘 사람들의 눈이 멀기 시작한다. 약탈과 폭력, 강간, 살인이 도시 전체를 휩쓰는 가운데, 단 한 사람, 의사의 부인만이 실명되지 않은채 이 모든 혼란을 목격한다. 자신이 실명되지 않은 것을 비밀로 한채, 그녀는 일곱명의 이방인을 이끌고 격리구역을 벗어나기위해 문명의 최후를 보여주는 듯한 거리를 가로지르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 하고싶은 말이 참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영화를 보기전에 읽었던 비평가들이나 다른 관객들의 평을 확인해보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던거 같다. 워낙 원작 소설이 철학적 메시지와 인간 본성에 대한 심도있는 관촬을 보여주고 있어서 철저하게 원작을 그대로 옮긴 영화이기에 작품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듯 싶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것은 아닌데, 너무 혐오스럽고 불쾌할 정도로 염새주의적인 작품이기에 이러한 종류의 영화들에 익숙치않은 일부 관객들이 감당하기엔 조금 벅차보일수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원작 소설의 매력에 너무나 푹 빠져있어서 원작의 재매를 100% 끄집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눈에 간혹 띄었던거 같다.

필자는 이러한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영화를 감강한뒤 두가지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중 하나는, 생각보다 극단적인 염세주의의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알수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장님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수용시설에 격리시켜놓고 그들 스스로가 수용시설을 통제를 하게 내버려두게 되면서, 점점 더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으로 변하는 인간본성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보다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심한 페미니즘을 느낄정도의 수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총을 가진 일부 권력자들이 식량을 독점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걸 넘어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린채 여자들에게 성상납을 요구하는 장면들은 단지 영화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그런 일들을 지금 이순간에도 세계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인데 도데체 무엇이 그토록 혐오스럽고 불쾌하단말인가?!  그렇게 느끼는 관객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세계가 그저 따뜻하고 행복한 동화속 나라라고 착각하고 사는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겠는가. 그들이야말로 감독이, 아니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가 눈을 뜨게 해주고 싶은 눈먼자들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많이들 연결 시키는거 같은데, 사실 필자가 보기엔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눈을 뜨고 있어도 보는것을 포기해버린 현대인들을 풍자하고 지적하는게 아닌가 싶다. 인간이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속에서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하느냐는 어디까지나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위한 소재였을뿐 궁극적인 핵심은 아닌것이다. 결말 장면에서 제일 처음 눈이 멀었던 인물이 다시 시력을 찾게대는 장면에서 대니 글로버의 나래이션에서 우리는 진짜 작가가 하고싶었던 말을 유츄할수 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행복과 소중함.. 그리고 희망을 눈이 멀게되면서 그야말로 그들은 진정으로 '볼수있게' 되는것이다. 즉 그들은 눈이 멀었던게 아니라 보지 않았던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메시지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동시에 전하고 싶은 작가의 외침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냐 악하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것이다. 불쾌하고 기분나쁜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희망적이고 밝은 해피엔딩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놀랐던 다른 한가지는, 생각보다 오락성이 부족한 미스테리/스릴러물이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개봉했던 <나는 전설이다>처럼 세상에 홀로 남겨진거 같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뭔가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감이 느껴지는 오락영화의 요소들을 기대했지만, 실제 영화는 그런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무겁고 어두운 철학적 메시지에 더 치중을 하고 있다. 감독의 전작들인 <시티오브갓>이나 <콘스탄트 가드너>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야기의 사실감과 현실감은 무척 뛰어난편이지만 흔히 말하는 영화적 재미는 그다지 만족스럽질 못한편이다. 수용시설에 격리되어있는 사람들간에 좀 더 치열하고 이기적인 갈등들을 배치시켜놨어야 했고, 줄리안 무어의 남편과 일행들에게 좀 더 절대절명의 위기등이 있었다면은 더 볼만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는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인거 같다. 영화의 무게감과 사실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지만 간간히 지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것 저것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어둡고 암울하게만 그려졌던 영화가 결말에가서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인간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분좋게 볼수있었던거 같다. 과연 우리가 지금 눈이 멀어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10점 만점에 7점을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