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인과의 하루 (Conversations With Other Women, 2005)
멜로.애정.로멘스 / 미국 / 개봉 2007.01.25
감독 한스 카노사
출연 아론 에크하트, 헬레나 본햄 카터...
제18회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결혼식장에서 만난 과거에 헤어졌던 두 남녀주인공이 추억을 서로 맞춰가면서 잠시동안 옛감정에 빠지는 멜로물이다. 연출은 신예 한스 카노사가 맡았으며 남녀 주인공으로는 <다크나이트><사랑의 레시피>의 아론 에크하트와 팀 버튼감독의 아내이자 <빅피쉬><혹성탈출><파이트 클럽>의 헬레나 본햄 카터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분활화면이라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영상이 인상적이며 그야말로 저예산중에 초저예산이라고 해도 될만큼 한정도니 몇몇 장소에서만 촬영이 이루어졌다.
줄거리
뉴욕의 한 도시 속, 낯선 결혼식 피로연 파티장. 오직 신랑과 신부에게만 시선이 집중 되어있는 이 곳. 핑크빛 들러리 드레스를 입은 신부 들러리에게 한 남자가 샴페인을 건네며 다가오지만 “고맙지만 전 됐어요.”라며 도도하게 사양하는 이 여자. 허나 이 남자 또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담배는 하면서 술은 싫다?”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된 낯선(?) 두 남녀의 대화. 겉으로는 낯선 만남처럼 보이지만, 유머가 담긴 농도 짙은 대화 속에서 둘 사이에 그 무언가가 얽혀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이름 없는 이 두 남녀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이 사랑했던 12년 전의 열정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각자 남편과 애인이 있지만, 이 순간의 끌림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희뿌연 담배연기와 함께, 밤새도록 이어지는 비밀스럽고 유쾌한 대화. "변호사 남편과 의사 남편은 어떻게 다르지?", "어머! 군살이 붙었네." "피부가 전 같지 않아, 많이 거칠어졌군." 과거 부부였기에 가능한, 진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결국 서로에게 이끌려 다신 돌이킬 수 없는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가장 먼저 저예산이라는 점부터 집고 넘어가야 할것 같다. 필자가 본 영화들중에서 베스트5안에 들어도 될만큼 초저예산이 느껴지는 영화로서 피로연장,호텔방,엘리베이터안,텍시안이라는 단 4장소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될정도로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이다. 물론 저예산으로 그보다 몇배의 가치를 지니는 영화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떻게보면 지루함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봐야 할거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건 감독이 시도한 분활화면이란 독특한 영상인데, 한 화면을 두개로 나누어 대화를 주고받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모두 잡아내면서 인물간의 심리묘사나 이해를 돕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영화 <폰부스>나 미드 <24>등에서 봤던 그 화면을 상상하면 적당할듯 싶다. 이러한 감독의 실험적인 도전이 이 영화의 지루함이나 평범함을 조금은 걷어낼수 있는 매력이 되는거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독특하고 실험적인 점들을 제외하고 영화자체의 오락성이나 대중성을 따진다면.. 글쎄 결코 재미있거나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는 아니다. 관객의 취향이나 영화적인 이해도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수도 있고, 아니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수 있을듯 싶다. 물론 현재 네이버에서는 누리꾼들로부터 8.10이라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에 후자보다는 전자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할수 있는거 같다. 아무래도 영화속 이야기처럼 오랜만에 옛 사랑을 만난적이 있거나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추억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이야기가 아님에도 충분히 자신의 기억이나 감정들을 대조하면서 흥미있게 감상할수 있을거 같다. 하지만 그저 책이나 영화 혹은 타인들의 얘기로만 들었던 이야기라면 그다지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평범하고 단조로운 이야기에 학을 띌수 있다는것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필자에게 당신은 어느쪽에 속하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극적긴장감이나 오락성이 부족하기에 조금 더 부정적인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분명 분활화면이라는 독특한 실험이 처음에 신선하게 다가오고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운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기력은 보여준 두 배우들은 확실히 높이 살만한듯 보인다. 또한 처음에 두 주인공이 만나서 대화를 하기 시작할때는 과연 이들이 아는 사이인가? 아니면 그저 초면인 사람들이가?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제법 흥미있게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의 가정이 있고 애인이 있는 두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갈등이 아직까지는 필자가 공감할만한 소재들은 아닌거 같다. 그러다보니 서시히 영화에 대한 몰입이 떨어지면서 지극히 평범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들이 나랑 무슨상관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던거 같다.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받기 보다는 비평가들이나 영화제등에서 더 인정받고 기억될만한 스타일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평가나 느낌이지 이 영화에 대해서 높은 평가와 점수를 주는 다른 관객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영화중에 <인터뷰>라는 작품은 똑같이 두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초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특성때문에 이 영화보다는 더 재미있게 감상했던거 같다.
10점 만점에 6점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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