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코미디/로멘틱

스텝 브라더스 (Step Brothers, 2008) - 21세기 뉴 덤앤더머의 탄생! 시종일관 박장대소!

챈들러전 2009. 1. 17. 18:34


스텝 브라더스 (Step Brothers, 2008)


코미디 / 미국 / 105분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윌 페렐, 존 C. 레일리...

각각 39세와 40세가 되도록 홀어머니와 홀아버지 밑에서 12살 아이처럼 자란, 두 중년남자가 부모의 결혼으로 이복 형제가 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버디 코미디물. 연출은 TV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각본가 출신으로, 윌 파렐 주연의 <탈라데가 나이트>, <앵커맨>를 감독했던 아담 맥케이가 담당했다. 미국 개봉에선 첫 주 3,094개 극장으로부터 주말 3일동안 3,094만불의 양호한 성적으로 개봉 2주차에 접어든 <다크 나이트>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랭크되었다. <탈라데가 나이트: 릭키 바비의 발라드>,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등으로 히트행진을 이어오며 최고의 코메디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윌 파렐과 <탈라데가 나이트>, <워크 하드: 듀이 콕스 스토리>를 통해 코믹연기도 자신있음을 보여준 존 C. 라일리가 각각 39세와 40세의 어른아이 브레넌과 데일 역을 맡으며 주연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연진으로는 아담 스콧, 메리 스틴버겐, 리차드 젠킨스등이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깜짝 게스트로 <사랑한 후에>, <슈퍼배드>으로 상한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메디언 세스 로간의 모습도 볼수 있다.

줄거리
이혼한 엄마 낸시와 함께 사는 39세의 브레넌 허프와 홀아비인 아빠 로버트와 함께 사는 40세의 데일 두백. 이둘의 공통점은 몸만 어른이고 생각하는 것은 12살 아이인 중년 남자라는 점이다. 낸시와 로버트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브레넌과 데일은 이복형제(스탭 브라더스)가 되어 한 방에서 살게 된다. 이 게으르고 황당한 이복형제는 처음에는 서로 으르릉거리며 날마다 말썽을 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져 급기야 최고의 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들 형제의 황당한 행동들은 부모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금이 가게 만들고 급기야 아빠와 엄마는 다시 헤어질 것을 결심한다. 이제 다시 서로를 싫어하게 된 이들 형제에게 부모는 한달내에 직업을 구해 집에서 독립할 것을 주문한다. 이제부터 이 이복형제의 눈물나는 취업 노력이 시작되는데...



▲마흔살에도 불구하고 초딩의 뇌와 마음을 가진 두주인공은 동네 꼬마들에게도 맞고 다닌다.

결론부터 바로 말하자면, 최근 몇달동안 감상했던 헐리웃 코미디물중에 가장 많이 웃은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최근에 본 헐리웃 코미디 영화들을 나열해 보자면 안나패리스의 원맨쇼로 그럭저럭 볼만했던 [하우스버니], 초호화 출연진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트로픽썬더], 코미디에 액션을 억지로 낑겨 넣으려했던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2008년 최악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던 [러브그루], 아동용영화에 가까웠던 SF코미디 [미트데이브], 패러디의 양은 놀랍지만 질은 떨어지는 [재난 영화]까지... 최근 2~3개월동안 봤던 십여편의 코미디물중 웃음 하나만큼은 이 영화 [스텝 브라더스]를 따라갈 만한 영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비평가들에겐 볼만한 영화와 졸작이라는 양분된 평가를 받았지만, 현지 개봉 당시 [다크나이트]라는 작년 최고의 이슈작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2위라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낸걸 보면 관객들에게 만큼은 확실한 웃음을 줬다고 봐도 될거 같다.


두 주연배우 윌 패럴과 존 C. 라일리, 그리고 감독 아담 맥케이는 이미 전작 <탈라데가 나이트: 릭키 바비의 발라드>에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고, 특히나 아담 맥케이 감독의 데뷔작인 [앵커맨]에서도 이미 윌 패럴은 주인공으로 연기한 경험이 있을만큼 서로 단짝의 감독과 배우들이다. 박스오피스 1위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탈라데가 나이트] 같은 경우는 미국인들에겐 큰 웃음을 주는 코미디 영화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국내팬들에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긴했어도 미국관객들이 느꼈던 큰 웃음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국적이나 언어가 달라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에 국내개봉이 이루어져도 꽤 괜찮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덤엔더머식의 유치찬란, 단순무식 개그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오랜만에 크게 웃을수 있는 괜찮은 코미디 영화를 만나볼수 있을거 같다.


▲처음엔 이복 형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면서 사건/사고들을 일으키지만,
나중엔 두사람이 가까워지면서 2배3배의 강력한 사고를 일으키게된다.


그럼 도데체 이 영화의 무엇이 그리 웃기고 재미있다는건지 얘기해보겠다. 일단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고 웃음을 유도할만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두 주인공은 40살이나 먹고서도 직장도 없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미숙아(?)들이다. 게다가 무슨 병이 있거나 머리에 이상이 있는것도 아닌데 하는짓과 말들을 보면 마치 12살 꼬마들을 보는거 같다. 한마디로 덤앤더머식의 억지스럽고 유치한 설정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하고 몇분동안은 이러한 설정들이 너무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서 '그렇고 그런 3류 코미디겠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40살의 마마보이/파팡보이라서가 아니라 환자도 아니고 확실한 정상인이면서도 저렇게 말도안되는 정신연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았기때문이다. 차라리 맨발의 기봉이처럼 장애인이라든지, 포레스트 검프처럼 머리에 이상이 있다라는 설정을 했다면 그나마 좀 더 현실적이고 쉽게 받아들일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하지만 더 놀랍고 황당한것은... 그렇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도 미친듯이 웃을수 밖에 없었다는것이다. 

40살의 중년 아저씨가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다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티와 삼각 팬티만을 입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노느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정말... 가관이 아닐수가 없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윌 패럴이 그동안 많은 코미디 영화들에서 바보역을 수도없이 연기해왔기에 이 영화에서의 코미디 연기가 새롭다든지 신선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고 익숙하며, 제일 잘할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라는 인상을 받게된다. 이런 캐릭터 분야(?)에선 윌 패럴은 확실히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의 이전작품들이 그렇게까지 큰 웃음을 주지 못했던건 오로지 혼자서 웃음을 주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존 C. 레일리와 함께 공동주연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기에 그러한 부족한점들을 서로 매꿔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듯하다. [탈라데가 나이트]에서 두 사람은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윌 패럴이 주인공이고 존 C. 레일리는 조연에 가까웠기에 이번 영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케이스라고 할수 있다. 게다가 존 C. 레일리는 절대로 윌 패럴에게 밀리지 않는 강한 웃음들을 잔뜩 선사하고 있는데, 오히려 존 C. 레일리가 더 웃기다고 평가할 관객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연기력이 받쳐주는 두명의 주연배우들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면서 시종일관 뻥뻥 터트려 주고 있는 [스텝 브라더스]는 유치함이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웃음만큼은 확실히 책임져주고 있다. 머리를 비우고 아무생각없이 봐야 할 영화라는건 바로 이 영화를 두고 말하는것이 아닐까 싶다.



제작국가를 막론하고 최근에 봤던 코미디 영화중 가장 큰 웃음을 줬던 영화는 일본영화 [매직아워]였다. 국내에서는 소규모의 극장에서 개봉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진 못했지만, 영화를 관람한 대부분의 관객들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배꼽 빠지도록 웃었던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 [스텝 브라더스]를 본 이후로는 아무래도 [매직아워]가 리스트에서 한계단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희극연기가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두 배우의 연기력과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사용한 설정등이 버물려지면서 일년에 서녀편 나올까 말까한 제대로 웃겨주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낸거 같다. 비록 이것저것 따지거나 현실성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냥 아무생각없이 웃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관객들이라면 혹평을 퍼부을수도 있겠지만, 21세기의 새로운 덤앤더머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패러디 영화는 아니지만 [굿윌헌팅]이나 [콜드케이스]등의 영화,드라마에 대한 패러디 상당히 볼만하며, 무엇보다 휴대전화기 판매원에서 오페라 가수라는 한편의 드라마같은 꿈을 이룬 폴포츠에 대해 패러디하는 영화 후반부의 장면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디까지나 이러한 느낌과 평가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거지만 영화를 감상한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