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SF.드라마 / 미국 / 87분
감독 리차드 쉔크만
출연 존 빌링슬리, 엘렌 크로포드...
자신이 만 사천년동안 살아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동료와 각 분야의 교수 6명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논증과 반증을 주고 받는 초저예산 SF/드라마물. 감독부터 배우들까지 전부 생소한 이름과 얼굴들이고, 분명 SF물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특수효과 C.G를 볼수 없을만큼 초저예산 영화이다. 하지만 과거의 구석기 시대모습이나 맘모스, 원시인들의 모습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마치 인류의 진화과정과 모습을 실제로 본거처럼 느끼게 해줄만큼 상당히 몰입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인상적인 영화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개봉하지 않아 자세한 정보들이 없으며, 제목 또한 <땅끝에서 온 사나이> <지구에서 온 사나이> <맨 프럼 어스>등으로 불려지고 있어 확실한 제목은 아직 미정이라고 볼수 있다.
간략한 줄거리 소개...
영화는 존 올드맨이라는 35살의 젊은 교수가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짐을 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고, 이들은 심리학,생물학,역사학,신학,고고학등의 각분야에서 인정받는 교수들이다. 10년이나 동료로 지내며 가깝게 지내던 존 올드맨과 6명은 갑작스레 교수직을 그만두고 떠난다는 존의 송별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게 된것이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또 어디로 간다는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하려는 존에게 그들을 계속해서 물어보게 되고 가까운 동료이자 친구들에게 미안한 나머지 대답을 하게되는 존... 하지만 그의 입에선 뜻밖의 가정을 내세우게 된다.
"만약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약 만사천년)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공상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어처구니 없는 가정에 대해 각 분야의 교수들은 그저 실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고 지나가려고 하지만, 존의 이야기를 듣게되면서 점점 그게 사실일수도 있겠다라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는 이들은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을 반박하기 위해 자신의 분야와 관련한 과학적 역사적 사실과 증거들로 반증을 시도하지만,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더욱더 논리정연하고 놀라운 사실들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바로 자신이 만사천년전 원시시대의 사람이며 그동안 죽지 않고 살아오면서 부처와 고흐등을 만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것을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위해 10년에 한번씩 새로운곳으로 떠난다는 사실과 함께...
이 작품을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 되어졌는데, 원작 소설은 1988년 작고한 미국의 SF단편소설가이며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작가였던 '제롬 빅스비(Jerome Bixby)'가 38년이라는 세월을 걸려 완성한 작품이다. 그 긴 시간이 말해주듯이 이 작품의 치밀함과 완성도, 그리고 전문성은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로 평가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속 교수들의 전문 분야에서도 볼수 있듯이 심리학,역사학,신학,고고학 등의 넓고 깊은 지식이 없으면 결코 탄생할수 없을 법한 수준이며, 작은 오두막안에서 단 7명의 주인공들의 주고반는 가설과 눈증,반박등의 설득력과 논리력이 그야말로 보는이로 하여금 감탄케 만들고 있다. 단 한번의 C.G나 특수효과 없이도 마치 오래전 원시시대부터 B.C,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화 과정을 모두 직접 눈으로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예산 영화이다보니 얼굴도 생소하고 연기 또한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배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존 올드맨이라는 주인공 역을 맡은 주인공의 묘한 매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반박하고 반증을 시도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차분하게 마치 자신이 본것을 그대로 묘사하는것처럼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고 입증하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사기꾼들 보다도 설득력이 있게 느껴진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역사속의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는 이야기는 국내에서 개봉했다간 기독교의 엄청난 반발과 비난을 면치 못할정도로 충격적이고 놀랍다. 물론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수도 없고 직접 영화를 보지 않고 얘기만 듣는다면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어딨냐며 비웃을수도 있지만, 실제로 영화를 몰입하면서 보게되면 그야말로 충격을 넘어서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성공했던 저에산영화들을 꼽으라고 한다면 <큐브> <도그빌> <블레어 위치> 대표작을 할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언급한 영화들보다 더욱더 저예산이며 또 스릴러나 공포물이 아닌 SF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놀라움과 재미를 주고 있다. 물론 놀랍고 탄탄한 각본에도 불구하고 밑에 있는 예고편도영상에서 느껴지듯 자막없이 화면만 보게되면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의 단조롭고 다소 세련되지 못한 영상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메이저급 영화사들이 유명배우들과 실력있는 감독으로 다시 리메이크 한다면 상당한 흥행과 함께 많은 영화팬들의 명작리스트에 올려지지 않을까 싶다.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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