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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멜로/드라마

다우트 (Doubt, 2008) - 의심(doubt)할 여지없는 명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다우트 (Doubt, 2008)


드라마.미스터리 / 미국 / 104분 / 개봉 2009.02.12
감독    존 패트릭 샌리
출연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1964년 뉴욕 브롱크스의 카톨릭 교구 학교를 무대로, 새 시대의 바람을 카톨릭에 끌어오려는 플린 신부와 엄격한 전통과 규율을 중요시하는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의 팽팽한 대결을 다룬 이 작품이다. 원작은 2006년말 국내에도 소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연극으로 확신과 의심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면을 계속해서 부딪히게 만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진실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비평가들과 관객 양쪽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반면에 이번 리메이크된 영화 역시 비평가들에게 깊은 호감을 이끌어내며 미국 개봉에선 3주차에 상영관 수를 1,267개로 늘이며 전국확대개봉에 돌입, 주말 3일동안 534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주말 박스오피스 10위에 랭크되었다. 게다가 지난 1월 25일 열린 미국 배우 조합상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더욱 화제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
영화는 1964년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활기에 가득한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는 철의 여인이며,공포와 징벌의 힘을 굳건히 믿고 있는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 분)에 의해 한치의 빈틈도 없이 이어지던 학교의 엄격한 관습을 바꾸려고 한다. 당시 지역 사회에 급격히 퍼지던 정치적 변화의 바람과 함께 학교도 첫 흑인 학생인 도널드 밀러의 입학을 허가한다. 하지만, 희망에 부푼 순진무구한 제임스 수녀(에이미 아담스 분)는 플린 신부가 도널드 밀러에게 지나치게 개인적인 호의를 베푼다며, 죄를 저지른 것 같다는 의심스러운 언급을 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알로이시스 수녀는 숨겨진 진실을 폭로하고 플린 신부를 학교에서 쫓아 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도덕적 확신 이외에 단 하나의 증거 하나 없이, 알로이시스 수녀는 교회를 와해시키고 학교를 곤란에 빠트릴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플린 신부와의 은밀한 전쟁을 시작하는데....



먼저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일보 혹은 소수의 블로거들은 이 영화를 종교영화 혹은 종교색이 짙은 영화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과연 그들이 이 영화를 보긴 본걸까? 아님 봤더라도 제대로 본걸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분명 신부와 수녀들이고 당연히 영화속 배경도 성당이나 카톨릭학교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종교영화로 치부해 버리는건 너무 경솔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영화 [다우트]는 믿음과 의심, 보수와 진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소재로 세사람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과 의심이 주된 이야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과 의심은 신과 관련된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사람 또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등 전포괄적인 의미인데 어떻게 종교영화라고 할수 있겠는가? 전체적인 이야기는 변하지 않고 그저 배경과 인물들의 직업을 의사나 다른 직종으로 바꿔놨다면... 그래도 종교영화라고 할지 무척 궁금하다. 역활들의 직업만 두고, 또는 믿음과 의심이라는 개념을 종교적인것에만 국한시켜 버리는 실수를 해서는 안될듯 싶다. 그건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했다고 할수 없는일이기 때문이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알로이시스 수녀원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호랑이 선생님이다. 인성교육이나 따뜻한 정서를 심어주는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규율적인 스타르타형의 사람이며 쉽게 보수라는 말로 정의할수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플린 신부는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심지어 신부라는 위치에서 신도들에게 믿음에 대한 의심은 더욱 확한 믿음을 다질수 있다는 다소 위험하지만 과감한 발언까지 하는 진보 또는 혁신으로 정의 내릴수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두사람의 마찰이나 부딪힘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것만큼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감정의 동물로서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평한 사람일지라도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가 있어서, 그 선밖의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간폭탄처럼 지내던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스 수녀는 마침내 도널드 밀러라는 학교의 유일한 흑인 소년의 문제로 도화선에 불을 키고 만다. 수업시간중에 플린 신부의 호출로 잠시 신부방에 다녀온 도널드가 이상한 행동과 함께 눈물을 보인 사건이었다. 이 일을 목격하게도니 도널드의 담임 선생님인 제임스 수녀는 고민고민하다가 알로이시스 수녀원장에게 말하게되고, 그동안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볼때 탐탁치 않았던 플린신부에 대한 불신이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편협함과 동시에 의심을 가지게끔 만들게 된다. 그런데 플린신부의 해명으로 진실이 밝혀지고 제임스 수녀의 오해가 풀리는가 싶지만, 이미 진실의 여부는 관심에서 멀어진 알로이시스 수녀는 편협함에 빠져 어떻게든 플린신부를 끌어내릴려고만 한다. 플린신부에 대한 편견과 미움이 의심을 낳게되고, 다시 그 의심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믿음을 낳게된것이다. 



이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이라면 하나같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얘기하는것이 있다. 바로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이다. 이미 오스카상에 14회나 노미네이션된(여우주연상 2회 수상)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출연하는 영화이니 그런 평가는 당연한게 아니냐고 되물을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년 한 사람만을 가지고 평가하는게 절대 아니다.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은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와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는건 한 두사람이 아니다. 그녀 말고도 자그만치 3명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플로리스][찰리윌슨의 전쟁]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마법에 걸린 사랑][준벅]의 에이미 아담스,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디스터비아]의 비올라 데이비스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야 이미 [카포테]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이기에 메릴 스트립과 함께 당연히 그런 평가를 받을만 하지만, 아직 신인에 불과한 에이미 아담스와 무명에 가까운 비올라 데이비스등은 어쩌면 의외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서로 대립하면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역을 연기하고 있다. 보수적,편협함이란 단어들이 상징인 수녀 알로이시스와 정반대의 개방적인 사고방식의 신부 플린역을 두사람은 완벽하리만큼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나 긴대사들을 술술 막힘없이 내뱉으면서 주고받는 대화장면에서는 카리스마란 무엇인가, 연기력이 뛰어나다는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할수 있을만큼 두 배우의 연기력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이다. 어느 한쪽이 압도한다고 쉽게 단정짓기 어려울만큼 팽팽한 연기력 대결이야말로 이 영화의 생명과도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필립 세이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라는 관록있는 명배우들이 버티고 서있는것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것은, 이렇게 엄청난 포스가있는 명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는 배우가 있다는것인데 바로 에이미 아담스이다. 사실 그녀는 평범한 웨이트리스에서 우연한 기회에 캐스팅되어 [준버그]와 [마법에 걸린 사랑]등에 출연했던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여배우다. 물론 [마법에 걸린 사랑]이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많은 팬들을 가지게됐지만, 결코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는 아니였던 그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명배우의 중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적이지만 나약한 수녀역을 깔끔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고 넘어가야 할 배우는, 우리들에겐 많이 낯선 여배우인 비올라 데이비스이다. 사실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고작 십여분정도밖에는 화면에 비춰지질 않는다. 동성애를 느끼는 아들을 둔 엄마 역활을 연기하고 있는데 비록 십여분이었지만, 그녀와 대사를 주고받는 메릴 스트립이라는 명배우의 존재 사실을 잠시 잊어버릴정도로 강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하면서 어떻게든 이성을 찾고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의 연기는, 짧은 시간동안의 출연이지만 다른 세명의 배우들의 이름과 함께 거론되며 극찬을 받을만 하지 않나 싶다. 심지어 90여분 내내 관객들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던 메릴 스트립마저도 비올라 데이비스와 함께 나오는 십여분간은 너무나 평범하고 무덤덤해 보일정도다. 물론 상황에 따라 상대배우를 받쳐줄수 있는 연기적인 노련미를 가지고 있는 메릴 스트립이기에 가능하겠지만, 어쨋든 비올라 데이비스는 다른 세명의 배우들과 비교해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배우들의 연기나 영화속 주제의식에 대해서 적어봤지만, 정작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궁금한건 이 영화가 재미있는가? 없는가? 가 아닐지 모르겠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작품성만큼은 어디다 내놔도 빠지질 않을만큼 뛰어나지만, 오락성을 놓고본다면 그다지 흥행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싶다. 일단 상영시간 내내 배우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영화의 흡입력을 유지하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기에 지루하거나 흥미를 잃게끔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형적인 오락영화나 헐리웃 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막판의 결말이나 엔딩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거 같다. 사실 오락성이나 흥행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면 지금의 다우트의 결말은 결말이어서는 안된다. 거기서부터가 진정한 클라이막스고 궁지에 몰렸던 플린 신부의 막판 반전이나 반격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졌어야 했다. 하지만 원작 연극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옮겨놓길 원했던 감독은 그런 오락성보다는 현실성에 초점을 맞추어 담담한 마무리를 선택한듯 싶다. 분명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응과 호평을 받을만한 작품인건 확실하지만, 미국현지에서처럼 국내에서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싶다.

( 다우트 / 미스터리영화 / 2월개봉영화 )



이포스트가 프레스 블로그 베스트에 뽑혔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저만의 느낌과 평을 적을려고 노력했던걸 높게 평가해준거 같네요^^


미스터리영화  2월개봉영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