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판타지.드라마.멜로.애정 / 미국 / 166분 / 개봉 2009.02.12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줄리아 오몬드...
시간이 흐를 수록 젊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F. 스캇 피츠제랄드(<위대한 개츠비>)의 1922년산 단편소설을, <세븐>, <파이트 클럽>, <에이리언 3>의 명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메가폰을 잡고 대형스크린으로 옮겨온 코믹 드라마.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의 제작비로는 엄청난 액수인 1억 5천만불이 소요된 이 영화의 출연진으로는, <세븐>, <파이트 클럽>에서 핀처 감독과 콤비를 이룬 바 있는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 벤자민 버튼 역을 맡았고, <바벨>, <인디아나 존스 4>의 케이트 블란쳇이 벤자민의 연인 데이지 역을 연기하고 있다. 미국 개봉에선 첫 주 2,988개 극장으로부터 개봉 주말 3일동안 2,685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랭크되었다.
줄거리..
제 1차 세계대전이 종반으로 치닫던 1918년의 어느 여름, 뉴올리안즈. 80세의 외모를 가진 갓난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주위의 놀라움 속에서 자라난 벤자민 버튼은 해가 갈수록 꺼꾸로 젊어지는 자신을 뱔견한다. 그러던 어느날 벤자민은 어린 소녀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젊어지는 반면, 그녀는 자연의 순리대로 늙어가는데...
http://www.benjamin2009.co.kr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팬으로서 그의 이번 신작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누군인가? [에이리언3][세븐][파이트클럽][더게임][조디악][패닉룸]... 그 어느 작품하나 실망했던적이 없었으며 감독만의 카리스마와 무게감이 느껴지는 수작들이 아니었던가. 그의 이전작들의 포스가 이정도이니 당연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 밖에 없는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세븐]과 [파이트 클럽]에서 이미 호흡을 맞추었고, 헐리웃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 조합을 이루고 있는 브래드 피트와의 재회이기에 제작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생뚱맞았던건 당연히 데이빗 핀처의 영화라면 그만의 향취가 물씬나는 스릴러물일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가 이전에는 한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판타지 멜로 영화라는 장르의 선택이었다. [세븐]과 [파이트클럽]에서의 그 놀라운 반전과 충격, 자신만의 새로운 시리즈물을 만들어냈던 [에이리언3]를 기대했던 일부 영화팬들은 영화를 보기전부터 아쉬움과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 그런 일부 영화팬들에 속했던 데이빗 핀처감독의 팬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쨋든 기대감 이전의 실망감(?)을 가진채 영화를 감상한 필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차기작이 스릴러물이 아니라고 해도 전혀 실망스럽거나 불안하지 않을것만 같다.
일단 배우들의 열연부터 집고 넘어가야겠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브래드 피트는 정말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캐릭터 소화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2009년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것처럼 많은 영화팬들과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을만한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할수 있다. 단순히 노인 분장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아니 점점 젊어지는 내면적인 변화와 감정들을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상대 배우인 케이트 블란쳇 역시 인상적인데, 극중에서 발레리나라는 직업을 가진 데이지를 연기하기 위해서 상당히 고된 트레이닝을 받은듯한 사실적이고 능숙한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는 반대방향으로 시간의 흐름속에 놓여진 벤자민 버튼으로 인해 지워지는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등을 상당히 차분하면서도 노련하게 표현해내고 있으며, 10대 소녀부터 임종직전의 할머니까지 변화무쌍한 인물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을의 전설]에서 이미 브래드 피트와 호흡을 맞추었던 줄리아 오몬드, 언니 다코타 패닝만큼이나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준 엘르 패닝등도 이 영화의 호연들중에 빼먹어선 안될 배우들이다.
워낙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점도 있지만 데이빗 핀처라는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겸비한 명감독의 연출력 또한 인상적이다. 자칫 잘못했으면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을법한 이야기들을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또 영화가 끝난후에도 긴 여운이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낸거 같다. 물론 배우들의 호연들도 한 몫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뛰어난 연출력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배우들의 연기력만 좋은 지루한 영화가 될수도 있을뻔 하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이번 영화는 감독 자신이나 그의 팬들에겐 하나의 실험이었을수도 있다. 과연 스릴러물의 대가로 알려진 그가 전혀 다른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낼수 있는 역량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수 있는 도전이자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다행이도 데이빗 핀처는 그러한 테스트를 간신히 커트라인을 넘긴 정도가 아니라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스타트를 끓은듯 하다. 즉 차기작이 어떤 영화가 될지는 모르지만 스릴러물이 아니라고 해서 그의 팬들이 못미더워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것이다. 그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서 어쩌면 데이빗 핀처표의 코미디 영화를 볼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이 영화가 곧 개봉하면,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흥행성적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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