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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 나는 황금마차에 탑승할수 있을까?!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저자: 살와 바크르(지은이) 김능우(옮긴이)

펴낸곳: 도서출판 아시아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장편 소설은 이집트의 자말 압둘 나세르 대통령의 재임시절인 1950년대~1970년대, 카이로 교외의 여성 교도소 내부를 배경으로 살인.소매치기.매춘.마약거래등의 범죄를 저지른 다양한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그들이 그럴수밖에 없었던 안타깝고 말못할 사연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평소에 굳이 독서량이 많지 않은 이들이 아니라도 아랍권의 문학소설을 읽을 기회는 좀처럼 드문일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남자인 내가 페미니즘의 성향이 짙은 이집트의 여성 소설가의 경우는 더더구나 그렇지 않나 싶다. 위드블로그를 통해 이 책이 처음 배달되어졌을때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마치 [추락하는것은 날개가 있다]와 비슷한 느낌이 났고, 어떤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결국 비극이나 안타까운 결말이 아닐까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리고 과연 황금마차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왜 하늘로 오르지 않는가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던거 같다.


일단 이 소설의 작가에 대해서부터 집고 넘어가야할듯 싶다. 이번 작품의 한국어번역판이 출판되면서 지난 11월에 잠시 한국을 찾기도 했던 여성작가 살와 바크르는, 대학시절 실제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에 참여했다가 구속되어 투옥된적이 있다. 그때 그녀가 짧게나마 겪어던 경험이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다. 정치와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자신의 능력인 글쓰기를 통해 특히나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서 다루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독자들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수년간 찬사를 받아오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어등 9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그녀의 단편소설은 1993년 독일 국영라디오가 시상하는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력과 경력에서도 느껴졌던것처럼 이번에 소개할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는 여성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을 결국 범법자와 낙오자로 변질시킨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때론 날카롭게 비판하고, 때론 안타까워서 인간적 연민과 동정심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는 일상적인 말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낄수 있으며, 특히나 이세상에 태어나면서 2분의 1의 확률로 인해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겪게되는 아픔과 희생에 대해서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진지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더구나 약간의 정신분열증세가 있는 주인공 아지자가 기구한 운명의 희생자들인 여죄수들을 구원의 상징인 상상속의 황금마차에 탑승을 시킬지 안할지를 결정하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이, 어쩌면 다소 평이하고 단조로울뻔한 이 책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키며 관객의 눈을 붙잡고 있다.


주인공 아지자의 교도소내 모습을 묘사하며 시작하는 이 소설은, 어렸을적에 있었던 새아버지의 반강제적인 성추행으로 인해 시작되서 나중엔 장님인 어머니를 속인채 새아버지와 연인관계로 발전한 아지자의 이전 이야기와 그녀가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정신분열상태의 아지자가 자신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황금마차에 누구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갈것인지 선택하기위해 주변의 여죄수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한명씩 순서대로 들어보는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간다. 일단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며 중심적인 인물인 아지자의 사연은, 맹인 어머니를 둔 그녀가 어릴적 새아버지로부터 이성의 행위(?)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고 그로인해 폐륜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것이다. 이부분이 아무래도 우리 정서와는 비교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부담(?)스러울수도 있으나, 문화적 차이와 작가의 충분하고 설득력있는 상황의 설명덕분에 어느정도 거부감은 무마 시킬수가 있지않나 싶다. 어쨋든 그런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은 아지자의 눈에 비친 교도소 내부의 모습과 분위기는 상당히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표현들로 인해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교도소의 또 다른 모습을 전달해주고 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어쩔수없이 소매치기를 하게된 움무라잡, 욕정으로만 가득차서 항상 그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남편때문에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힌나,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옳바른 어머니의 모습으로 살았지만 아들 대신에 마약밀매를 뒤집어 쓴 움무 알카이르, 엄마나 다름없던 언니가 종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명예살인을 당하자 입을 닫아버리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샤피카, 가난한 환경속에서도 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의대에 진학하지만 계급사회의 벽에 부딪혀 절망을 느껴야했던 바히자 압둘 등등... 어떻게보면 하나같이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사연들을 가진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그녀들이 그런 살인,소매치기,마약밀매등의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자식과 남편때문이라는 점이 더 독자의 연민을 자극하게 된다. 여성범죄자들의 죄 자체보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사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어떤 연유로 인해 그들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독자들은 사연많은 인물들의 인생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겐 조금 낯설은 이집트의 사회상과 전통, 관습은 물론이고 그곳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사랑과 배신,탐욕,파멸,회환등 인간 본유의 보편적 삶과 정서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주인공들의 사연과 아지자의 환상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주제에 대해서 정겨우면서도 때로는 냉철하게 들려주는 점이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쉬운점이 있다면 내가 남성독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속의 수많은 여죄수들의 사연들에 대한 현실성이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남편과 자식들로 인해 고통과 불행을 느끼면서까지 참고 살아야하는 그녀들의 조금은 무능하고 수동적인 모습에 화가 나지 않을수가 없었다. 물론 그만큼 그녀들의 이야기가 안타깝고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니까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각자가 저지른 범법행위들은 다양한 편인데.. 대부분의 사연들이 비슷 비슷하거나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기에 살짝 지루함이 느껴지는면도 없지 않아 있다.

여성으로 태어난게 마치 하나의 죄인거마냥 느껴질만큼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이 사회구조속에서  여성들이 보긴에 충분히 공감이되고 때로는 위로가되며, 남성들에겐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남편,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로인해 희생되어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 주지 않나 싶다. 비록 이집트 사회라는 제한적이고 독특한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난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에 관련되 주제에 대해 보편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접근한 이 소설은, 과연 우리가 아지자의 황금마차에 탑승할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게 만드는 중요한 시간을 제공해주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