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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코미디/로멘틱

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8) - 이렇게 평가하기 애매한 영화가 싫다...



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8)


코미디.액션 / 한국 / 99분 / 개봉 2008.08.13
감독    류승완
출연    임원희, 박시연, 공효진, 황보라, 류승범...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을 거둔 류승완 감독이 인터넷 상영을 목적으로 연출한 작품인 단편영화 <다찌마와 리>를 극장판으로 다시 리메이크 한 작품. 원작의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다찌마와리 역을 연기했던 임원희가 다시 한번 캐스팅됐으며 공효진, 박시연, 황보라등의 상대 여배우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밖에도 감독의 동생인 류승범과 정두홍이 우정출연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60~70년대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촌스러운 설정과 대사들이 상당히 독튼한데, 관객들뿐만 아니라 비평가들에게도 평이 양분되어있는 편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와 재미가 극과극으로 나뉠만한 영화이다.

줄거리
1940년, 거대한 어둠의 조직이 점점 그 세력을 확장해가는 가운데... 최정예 특수요원들의 명단이 담긴 국가 일급 기밀문서와 여성 비밀요원‘금연자’가 작전 수행 중 바람처럼 사라진다. 일이 이쯤 되자, 임시정부의 수장들은 감춰두었던 마지막 비장의 병기인 '다찌마와 리'를 투입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는 최고의 무기 개발자 남박사를 통해 신형 무기를 지원 받고 첩보계의‘검은 꽃’이라 불리우는 관능적 스파이‘마리’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한다. 하지만 적들의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조용하고 빨랐다. 사라진 기밀문서의 행적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사건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미스터리는 점점 커져 가지만, 발군의 실력과 호탕한 기지를 발휘하는‘다찌마와 리’! 이제 그는 상하이, 미국, 만주, 스위스 등 세계 전역을 넘나들며 전격 첩보전을 펼치기 시작하는데...




영화리뷰를 많이 쓰다보면 가장 힘들때가 있는데... 바로 평가하기가 애매한 영화들이다. 3류나 쓰레기 영화라면 차라리 신랄한 혹평을 쏟아 부으면 되는거고 재미있게 봤다면 호평을 하면되지만, 3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는것도 아닌 애매모호함의 중간에 있는 영화들은 어떻게 감상평을 풀어나가며 또 어떻게 끝맺음을 매져야할지 참 고민이 될때가 있다. 류승완 감독의 이번영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바로 그런 애매모호한 영화의 대표작이 아닌가 싶다. 촌스럽고 억지스런 대사와 상황설정등이 단순히 감독의 역량부족이나 시나리오의 허접함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감독이 의도적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계획한 연출이기 때문에 관객입장에선 그런점을 비난할만한 명분이(?) 서질 않는다. 인터넷상영을 목적으로 한 원작 단편영화가 당시에는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신인감독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고 있어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었지만, 정식으로 극장상영을 목적으로 한 이번 리메이크작은 아무래도 그 독틈함과 실험성이 일반관객들에겐 그다지 잘맞지 않는 코드를 지니고 있지 않나싶다.

개인적으로 영화속에서 나오는 짝퉁 일본어와 중국어를 내뱉는 배우들의 연기가 분명 재미있었고 어떤 장면에선 박장대소가 나오기까지 한다. 그리고 영화속 자막을 마치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볼때 보는 일반인이 만든 자막처럼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부분도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 누가봐도 배경이 스위스나 미국이 아니라 국내의 지방 어느곳이라는걸 알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외국 분위기를 꾸며놓고선 마치 해외로케이션으로 촬영한것처럼 억지부리는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들이 영화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아니라는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 다찌마와 리의 쌍팔년도 대사와 연기는 TV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의 개그맨들보다도 웃기질 않으며, 촌스럽고 억지스러움을 강조한 여러장면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봤던적이 있거나 들었던적이 있는 예상 가능한 촌스럼움과 억지스러움이였다. 중국의 진상 스파이가 죽어가는순간에 다찌마와리가 눈물 콧물을 쏟다내는 장면은... 재미있기는 커녕 차라리 혐오스러웠다고 하는게 더 적당할듯 싶다. 뭔가 기발하고 기똥찬 아이디어들이 턱없이 부족한것이다.



분명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이었고 평범한 영화들과 차별성이 느껴지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이었다는건 높이 살만한 점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영화라면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짝패>를 보고 신랄한 혹평을 쏟아부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그 영화를 보고 '한국의 영화 수준을 30년전으로 후퇴시킨 영화..'라고 언급했었는데 그때부터인지 몰라도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은 아무래도 필자와는 잘 어울리지 않나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한거 같다. 항상 비쥬얼적인 영상미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하는 감독이기에 비평가들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을진 몰라도, 시나리오의 탄탄함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에 치중하는 필자같은 관객들에겐 그야말로 절대로 피해야할 독약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번 영화도 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평을 할수도 있고 혹평을 할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할듯 싶다. 류승완 감독의 색깔을 잘흡수할수 있는 보호색 관계의 관객들은 아마 필자 보다는 좋은 평가를 내릴수도 있을거 같다.

10점 만점에 6점을 주고싶다.